종종 1층 마당이나 담장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우리동네 삼색이. 비교적 사람을 덜 겁내는 편이긴 하지만 역시 만지는 건 어림도 없다. 지난 여름에는 꼬마를 닮은 고등어 무늬의 새끼를 한마리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그 새끼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심야로 <리턴>을 보고 영화가 꽤 재밌었기 때문에 발걸음도 경쾌하게 집으로 돌아오던 밤, 길 한가운데 차에 치여 죽어있던 어린 고양이가 삼색이의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1층으로 내려간 리지가 온데만데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관계로 삼색이는 담장 위로 피신.(사진 아래쪽에 연보라색 옷을 입은 회색 털뭉치가 리지다) 하악거리거나 앞발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아주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리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고양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다;;), 삼색이의 일광욕 시간을 방해한 게 미안해서 리지를 불렀지만 이 놈의 개는 역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_- 그렇다고 내가 내려가서 리지를 잡아 올리자니 삼색이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 같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데 다행히 삼색이는 더 멀리로 도망 가지는 않았다. 미안해, 우리집 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서.
저 모퉁이를 돌면 리지가 있다. 불안불안해하며 살피는 삼색이. 진짜 미안.-_ㅠ
삼색이는 꼬마의 존재도 모르는데 꼬마는 굉장히 신경을 쓰면서 삼색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 녀석은 1층에 내려갔다간 당장 텃세를 부릴 것 같아서 절대 못 내려가게 막았다. 사진은 꽤나 귀엽게 나왔구나.
원래 삼색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얼굴이 꽤나 익숙해져서 상당히 정을 붙인 고양이인데 며칠 전 등교길에 죽은 삼색이가 길가에 누워있었다. 내가 알고있는 삼색이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확신을 할 수 없었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찾아보니 다른 삼색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제는 점심 먹고 다시 수업 들으러 올라가는 길에 학교 화단에서 고등어무늬가 마치 젖소의 얼룩처럼 있는 고양이를 봤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햇볕 아래 뒹굴뒹굴하는 게 굉장히 귀여웠는데 "어, 고양이다!"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도 딱히 경계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안녕?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되겠니?"라고 물었고, 그 고양이는 정말로 사랑스럽게도 "미양-"하며 대답(?)을 했다. 나는 승낙의 의미로 알아듣고 일어서서 한걸음 내딛었는데 발밑에 있던 낙엽이 바스라지며 파삭, 소리를 냈고 그 녀석은 내 움직임에 놀랐는지 낙엽 소리에 놀랐는지 한 30cm정도 뒤로 풀쩍 물러섰다. 미안해진 나는 "아니다, 아니다. 니 그냥 거기 있어라"라며 뒷걸음질 쳐 갈 길을 갔고.
오늘은 얼마 전 북스리브로에 놀러갔다가 발견한
<방랑 고양이>를 주문해야겠다.
덧글
인간양갱 2007/12/01 22:12 # 답글
후후후, 고양이 라이프 귀여워. 아아아, 율은 참 율스럽게 살아가고 있어*_*
침엽수 2007/12/03 09:49 # 답글
확실히 난 무사태평한 나날을 보내고 있긴 하지.ㅎㅎ;;